건축·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유동 해석의 대상 케이스는 빠르게 늘어납니다. 동 배치 대안 5가지, 개구부 조건 4가지, 풍향 16방위를 조합하면 320케이스입니다. 한 케이스에 4시간이 걸린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53일입니다. 설계 일정이 이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대부분 몇 개 케이스만 골라 계산하고 나머지는 추정합니다.
문제는 "어떤 케이스를 고를 것인가"입니다
경험 많은 엔지니어는 대체로 잘 고릅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근거를 제3자에게 설명하기는 어렵고, 심의에서 "왜 이 조건만 검토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답변이 궁색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직관이 놓치는 조합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개별 변수로는 문제가 없지만 특정 조합에서만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구간이 실제로 자주 발견됩니다.
대리모델(Surrogate Model)의 역할
대리모델은 소수의 정밀 해석 결과를 학습해 나머지 조건의 결과를 근사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리모델의 예측값을 결론으로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리모델은 어디까지나 어디를 정밀하게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입니다.
실무 적용 절차
- 1단계 — 초기 샘플링 · 설계 변수 공간을 균등하게 덮도록 20~40케이스를 선정해 정밀 CFD를 수행합니다. 무작위가 아니라 라틴 하이퍼큐브 등 공간 충전 기법을 씁니다.
- 2단계 — 대리모델 학습 · 초기 결과로 응답면을 구성하고, 교차 검증으로 예측 오차를 정량화합니다. 오차가 허용 범위를 넘으면 샘플을 추가합니다.
- 3단계 — 전 영역 스캔 · 대리모델로 전체 조합을 수 초 내에 훑어 위험 구간과 최적 후보 구간을 식별합니다.
- 4단계 — 선별 정밀 해석 · 위험 구간 경계와 최적 후보 10~20케이스만 정밀 CFD로 재계산해 확정합니다.
- 5단계 — 검증 및 보고 · 정밀 해석 결과와 대리모델 예측을 대조해 모델의 신뢰 구간을 보고서에 명시합니다.
실제 효과와 한계
디넷뜨가 수행한 단지 배치 검토 사례에서, 전수 계산 기준 320케이스 대비 정밀 해석은 54케이스로 줄었습니다. 검토 기간은 약 절반이 되었고, 동시에 검토한 조건의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직관으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두 개의 위험 조합이 이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물리 현상이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구간 — 예를 들어 유동 박리가 갑자기 발생하는 조건 — 에서는 대리모델의 예측이 크게 빗나갑니다. 따라서 대리모델의 신뢰도가 낮은 영역은 반드시 정밀 해석으로 확인해야 하며, 이 판단을 자동화에 맡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는 검토 범위를 넓히는 데 쓰고, 결론을 내리는 데는 쓰지 않습니다. 최종 판정은 정밀 해석 결과와 엔지니어의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보고서에는 어떤 케이스가 정밀 해석이고 어떤 것이 예측인지 명확히 구분해 표기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은가
모든 프로젝트에 이 방식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케이스 수가 50개 미만이라면 전수 계산이 더 단순하고 안전합니다. 이 접근이 의미를 갖는 조건은 변수가 3개 이상이고 조합이 100케이스를 넘으며, 설계 일정이 촉박한 경우입니다.
또한 조직 내부에 이 워크플로를 정착시키려면 해석 자동화 스크립트와 결과 관리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디넷뜨는 고객사가 자체 역량으로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절차와 템플릿 이관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본 아티클은 디넷뜨(주) 공학 시뮬레이션 부문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적용 방법이나 프로젝트 상담이 필요하시면 서비스 문의로 연락 주십시오.